구글의 무(모)한 도전

[IT로 인문학읽기 001] 구글의 무(모)한 도전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2005년, “무모한 도전”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방영을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명실상부 “국민예능”의 자리에 등극했지만, 방영 후 처음 매니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에는 두서없는 진행과 일관성없는 주제때문에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기도 했지요. 뜬금없이 이 글을 무한도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게 된 이유는, 지난 주 전 세계 IT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구글IO에 대한 몇몇 반응이 초창기의 무한도전에게 쏟아진 “산만하고 무모한 도전”이라는 비판과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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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구글IO, 구글의 현재. ]

TechCrunch의 Alexia Tsotsis는 2012년 7월 4일 쓴 Remember When Google Was a Search Engine? [구글이 검색엔진이었던 시절을 기억하나요?] 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글을 게재하였습니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젤리빈, 넥서스7, 넥서스Q, 구글글래스, 그리고 구글맵의 업데이트 등등.. 지난 주 구글IO에서 발표된 제품라인업은 혼란스러웠다. 마치 위키피디아의 “구글”항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이나, 수 많은 패러디, 바이럴영상에 파묻혀 정작 검색하고자 하는 것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경험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검색은 너무나도 망가져버렸다. 구글, 어떻게된거야?

 

“The lineup of products announced at Google io last week was disorienting: JellyBean, Nexus 7, Nexus Q, Google Glass, an updated Google Maps, Google Now and so on. It was about as disorienting as reading and navigating through the entire Wikipedia entry for Google or getting stuck in that “YouTube” parody loop where you can’t find the thing you’re searching for because there are so many viral spoofs of it.  Search is so broken … Google, what happened to that problem?

 

기사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구글은 언제부터인가 검색엔진이 아니게 되었으며, 2012 구글IO에서 선보인 (화려하지만 두서없는) 제품 라인업은 구글이 이제 “하드웨어 생산자이자 소셜미디어 회사이며 모바일사업자가 되었다 Google is now a hardware company, a social company and a mobile company”는 사실을 보여주는 계기였다는 것이죠.

 

[ 구글, 시작은 서치엔진이었으나 그 끝은..? ]

company-googlebetaTsotsis의 표현대로, 이제 더 이상 “검색엔진” 한 단어로 구글이라는 회사를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구글은 사람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만들기도 하고, 사람의 뇌를 흉내낸 인공신경망을 만들기도 하며, 카메라와 마이크가 내장되고 인터넷에 접속까지 할 수 있는 안경을 만들기도 했으니까요.

구글의 사업확장은 이런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새롭고 신기한 실험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구글은 이제 세계 모바일OS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고, 브라우저 점유율에서도 윈도우즈OS를 등에 업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던 IE를 넘어섰지요.  몇몇 특화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던 경쟁사들에게, 구글의 성공적인 “문어발식” 확장은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구글의 이런 사업확장이 경쟁자를 의식한 모방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David Pogue가 어제 [2012년 7월 4일]에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기사를 살펴 볼까요. 이제는 고인이 된 Steve Jobs의 자서전을 쓴 Walter Isaacson에 따르면, 생전에 Jobs는 “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의 짝퉁(!)일 뿐이며, 아이폰의 아이디어를 훔쳐간 안드로이드를 파괴시켜 버릴것” 이라는 무서운(!)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올해 IO에서 발표된 구글의 넥서스7에 대해, Pogue는 “아이패드와 아마존 킨들파이어를 모두 겨냥한 제품이며, 애플스러운 Applesque한 터치감을 자랑한다”라고 평가하였습니다.

애플레스크, 애플틱하다. 구글의 자존심을 건드릴만한 꽤나 민감한 발언인데요.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어쩌면 예측가능한 것 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미 모바일기기 분야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애플에 비해, 구글은 이러나 저러나 “모바일에 차에 안경에 이것저것 다 만들어도 결국엔 검색엔진”이니까요. 이렇게 보면, 검색엔진회사로 시작한 구글이 도대체 왜 모바일, OS, 나아가 자동차, 우주산업, 뇌과학까지 손을 뻗치는걸까, 도대체 왜? 이러한 의문은 어쩌면 상당히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지요. 나아가, 이러한 구글의 사업확장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하고 그 정보를 모두에게 접근가능하고 유용하게 만든다”는 구글의 목표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구글의 미래 = 정보의 미래 ]

imgt4267 그렇다면 구글은 왜 이렇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그 이유를 “정보”의 본질에서 찾습니다.

“정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글 혹은 말로 전달되는 지식을 떠올립니다.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의 “정보”는 특정한 형태의 매체 — 대화, 책, 신문, TV, 혹은 인터넷 — 을 통해 전달되고, 우리는 의식적으로 그 정보를 읽고, 기억하고, 평가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아침에 눈을 떠서 잠에 들 때 까지 하는 모든 활동 역시 (심지어는 잠을 자며 꿈을 꾸는 활동 조차)  “정보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밥을 먹을때도 우리의 뇌는 혀를 통해 전해진 맛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습득된 정보를 저장하며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을 만들고, 혹은 저장된 정보를 유용하여 “앗, 이 음식은 상한음식이야, 먹지 말아야 해!”와 같은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하지요.

이렇게 “넓은 의미에서의 정보”를 놓고 봤을 때, 구글의 SF적인(!) 연구들 또한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우주로, 인간의 뇌 속으로 확장하고, 그 정보를 조직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모두에게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번 IO에서 공개된, SF적 상상력의 끝을 달리는구글안경이 이런 구글의 노력을 반영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구글의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립자는 발표를 마치고 구글 안경에 대해 “일종의 미친 아이디어였지만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글 안경을 쓰다 보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해 보일 수 있다”면서 “기기에 덜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우리는 분명히 한계를 넓혔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술의 끝을 미래로 확장하는 것이 우리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엔지니어인 이사벨 올슨은 이미지를 통해 소통하고 정보에 빨리 접근한다는 2가지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통해 순간을 포착하고 다른 사람들이 사용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글안경이 상용화된다면, 이는 정보와 인간, 혹은 정보-매체-인간의 관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는 혁명적인 사건이 될 것입니다. 인간은 이제 의식적으로 매체를 통하지 않고도 모든 시각적 정보를 “필터”되고 조직화된 상태로 접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웹/기술 평론가 옴 말릭은 “장난감 같아 보이는 구글안경이 사실 정보습득의 미래이다 Google Glass looks like a toy but it is the future of information retrieval”이라고 논평합니다.

 

구글이 경쟁자들의 견제를 무릅쓰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에 이렇게 힘을 쏟는 이유도 저는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글의 목표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하드웨어적 매체“를 만드는 것이나, “효율적으로 정보를 가공하는 소프트웨어적 방법“을 만드는 것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조직화, 전달, 그리고 공유 모두를 아우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정보와 관련된 경험/행위 를 할 수 있게 하는 매개체인데, 굳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로 이분화 할 필요가 어찌보면 불필요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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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가 좋아라하는 “무한도전”으로 돌아와볼까요. 무한도전 역시 “기차와 달리기 대결하기” 와 같은 그저 무모하기만 한 도전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동계스포츠 도전, 타인의 삶 대신 살아보기, 그리고 레토릭적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사회적 메시지 담아내기 까지, 우리 삶과 사회 전반에서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냈습니다. 이렇게 “도전”의 경계를 넓히고, 우리가 이런 무수한 장애물을 딛고 도전에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주는 것이 무한도전이 성공적으로 극복한 가장 큰 “도전”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무한도전이 “삶”과 “도전”의 경계를 허물어트리듯, 구글은 정보와 정보가 아닌것,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경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계의 불확실성은, 바꾸어 말하면 “정보”라는 개념이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Passionately Digitized (SPH 마케팅팀 홍연승 개인블로그) 에 7월 5일 연재되었던 글입니다.